Program Introduction

점과 선 시즌 2-7: 뜻하지 않은 이야기

4막 1장 보틈의 환멸 The Disenchantment of Bottom by Daniel Maclise
“내 장미가 이렇게 빨리 시들다니!” (1막 1장 – 라이샌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Ludwig van Beethoven(1770-1827): Violin Sonata No. 8 in G major, Op. 30 No. 3 (18 mins. / 1801-1802 / dedicated to Czar Alexander I of Russia)

I. Allegro assai (G major)
II. Tempo di Minuetto, ma molto moderato e grazioso (E flat major)
III. Allegro vivace (G major)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베토벤 8번 소나타의 자필 악보

활기찬 움직임 속에 쾌활한 유머를 느끼게하는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은 작품번호 30의 세 소나타 중 마지막 곡으로 1802년 작곡됐다. 서른 두 살 베토벤이 쓴 1악장에서 기본 음계와 화성 패턴을 사용하면서도 얼마나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악기의 평등한 관계가 시도되기는 하나 바이올린의 움직임은 브라부라의 기교를 구사하는 피아노에 비해서는 비교적 단조롭다. 2악장에 붙은 ‘미뉴에트’란 표제는 춤과의 관련 보다는 우아한 서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E플랫 장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단조로 전조되거나 리듬이 바뀌는 부분들이 대조를 이룬다. 3악장으로 넘어와서는 바닥을 움켜쥔 듯 공고한 피아노의 저음 위에 화려한 선율이 날고 두 연주자 모두 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쏟아내며 앙상블을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작곡가의 다른 소나타에 비해 짧은 편인데다 비장하지 않은(?) 까닭에 덜 연주되긴 하나 이 8번 소나타는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어느 날 갑자기 구름이 걷히며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전한다. 연주자들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팔을 들어 올리며 이 곡을 마무리하는 연주자들은 대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소나타

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 Violin Sonata in F major (23 mins. / 1838)

I. Allegro vivace
II. Adagio
III. Assai vivace

1838년에 처음 작곡된 이 소나타는 115년이 지난 1953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다. 소나타에 착수했던 그 해, 멘델스존은 저 유명한 E단조 바이올린 협주곡도 쓰기 시작했다. 협주곡이 훨씬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1838년 6월에 소나타의 초안을 완성하고도 작곡가는 “형편없는 소나타”라 말하며 작업을 진척시키지 않았다. 이듬해 1악장을 고쳐 쓰기는 했는데 세상을 뜰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미완의 원고를 예후디 메뉴힌이 수정, 보완함으로써 출판까지 이른 것이다. 신동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린 멘델스존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모두 빼어나게 연주했다. 그의 재능은 음악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그림도 잘 그렸고 언어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열두 살 때 괴테를 소개받고는 그에게 피아노 오중주를  헌정했고 셰익스피어 작품에 영향을 받아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쓴 게 열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세 개를 남겼다. 이 곡은 그 중 마지막 작품으로 새 아내와 아기를 가졌던 시기에 착수했다.

1악장 도입부만 들어도 작곡가가 얼마나 야심찬 시도를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소나타 형식 속에서 두 악기는 마치 협주곡의 독주 악기처럼 박력과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들려준다. 알레그로 비바체의 이 악장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선율과 반주를 주고받으며 힘차게 전진한다. 1악장과 사뭇 다른 부드러움이 명상적인 2악장 아다지오를 감싼다. 완만한 흐름 속에 조용한 화음과 섬세한 선율이 이어진다. 낮은 음역을 피아노가 유지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이 속삭이듯 노래한다. 마지막 악장 아싸이 비바체에서는 두 악기가 솜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풀밭 언덕을 서로 손잡고 즐겁게 달려나가는 연인을 연상케 한다. 

루토스와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수비토

Witold Roman Lutosławski(1913-1994): Subito for Violin and Piano (5 mins. / 1992)

말년의 루토스와프스키 Witold Lutoslawski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위촉을 받고 쓴 작곡가의 최후 작품 중 하나다. 짧지만 변화무쌍한 전개는 몇 마디 말로 형용이 불가능하다. 템포는 날렵하게 극단을 오가고 부드러운 노래 뒤에 기괴한 선율이 날카롭게 등장한다. 급격한 변화로 점철된 음악이다. 제목인 ‘수비토’는 ‘갑자기’란 뜻으로 이질적 요소가 짧은 길이의 음악 속에 연이어 교차하는 것을 반영한다. 자주 바뀌는 조성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지속되는 불협화음이 듣는 이를 불쾌하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고약하고 잔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희한한 일은 ‘수비토’의 매력에 빠지면 계속 찾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따지면 발효 음식과 비슷하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수르스트뢰밍이나 푹 삭힌 홍어회를 애호가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 저세상의 루토스와프스키가 뭐라 할지 모르지만 ‘수비토’는 그 강도로 보아 홍어회 중에서도 홍어 코에 가깝지 않나 싶다.

written by Pete Song

(주)피트뮤직 petemusic.org

Program Introduction

점과 선 시즌 2-7: 뜻하지 않은 이야기

4막 1장 보틈의 환멸 The Disenchantment of Bottom by Daniel Maclise
“내 장미가 이렇게 빨리 시들다니!” (1막 1장 – 라이샌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Ludwig van Beethoven(1770-1827): Violin Sonata No. 8 in G major, Op. 30 No. 3 (18 mins. / 1801-1802 / dedicated to Czar Alexander I of Russia)

I. Allegro assai (G major)
II. Tempo di Minuetto, ma molto moderato e grazioso (E flat major)
III. Allegro vivace (G major)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베토벤 8번 소나타의 자필 악보

활기찬 움직임 속에 쾌활한 유머를 느끼게하는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은 작품번호 30의 세 소나타 중 마지막 곡으로 1802년 작곡됐다. 서른 두 살 베토벤이 쓴 1악장에서 기본 음계와 화성 패턴을 사용하면서도 얼마나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악기의 평등한 관계가 시도되기는 하나 바이올린의 움직임은 브라부라의 기교를 구사하는 피아노에 비해서는 비교적 단조롭다. 2악장에 붙은 ‘미뉴에트’란 표제는 춤과의 관련 보다는 우아한 서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E플랫 장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단조로 전조되거나 리듬이 바뀌는 부분들이 대조를 이룬다. 3악장으로 넘어와서는 바닥을 움켜쥔 듯 공고한 피아노의 저음 위에 화려한 선율이 날고 두 연주자 모두 각자의 능력을 유감없이 쏟아내며 앙상블을 만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작곡가의 다른 소나타에 비해 짧은 편인데다 비장하지 않은(?) 까닭에 덜 연주되긴 하나 이 8번 소나타는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어느 날 갑자기 구름이 걷히며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전한다. 연주자들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팔을 들어 올리며 이 곡을 마무리하는 연주자들은 대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소나타

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 Violin Sonata in F major (23 mins. / 1838)

I. Allegro vivace
II. Adagio
III. Assai vivace

F장조 소나타를 쓸 즈음의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 painting Wilhelm Hensel

1838년에 처음 작곡된 이 소나타는 115년이 지난 1953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다. 소나타에 착수했던 그 해, 멘델스존은 저 유명한 E단조 바이올린 협주곡도 쓰기 시작했다. 협주곡이 훨씬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1838년 6월에 소나타의 초안을 완성하고도 작곡가는 “형편없는 소나타”라 말하며 작업을 진척시키지 않았다. 이듬해 1악장을 고쳐 쓰기는 했는데 세상을 뜰 때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미완의 원고를 예후디 메뉴힌이 수정, 보완함으로써 출판까지 이른 것이다. 신동 소리를 들을 만큼 어린 멘델스존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모두 빼어나게 연주했다. 그의 재능은 음악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그림도 잘 그렸고 언어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열두 살 때 괴테를 소개받고는 그에게 피아노 오중주를  헌정했고 셰익스피어 작품에 영향을 받아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쓴 게 열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세 개를 남겼다. 이 곡은 그 중 마지막 작품으로 새 아내와 아기를 가졌던 시기에 착수했다.

1953년 당시의 예후디 메누힌

1악장 도입부만 들어도 작곡가가 얼마나 야심찬 시도를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소나타 형식 속에서 두 악기는 마치 협주곡의 독주 악기처럼 박력과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들려준다. 알레그로 비바체의 이 악장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선율과 반주를 주고받으며 힘차게 전진한다. 1악장과 사뭇 다른 부드러움이 명상적인 2악장 아다지오를 감싼다. 완만한 흐름 속에 조용한 화음과 섬세한 선율이 이어진다. 낮은 음역을 피아노가 유지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이 속삭이듯 노래한다. 마지막 악장 아싸이 비바체에서는 두 악기가 솜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풀밭 언덕을 서로 손잡고 즐겁게 달려나가는 연인을 연상케 한다. 

루토스와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수비토

Witold Roman Lutosławski(1913-1994): Subito for Violin and Piano (5 mins. / 1992)

말년의 루토스와프스키 Witold Lutoslawski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위촉을 받고 쓴 작곡가의 최후 작품 중 하나다. 짧지만 변화무쌍한 전개는 몇 마디 말로 형용이 불가능하다. 템포는 날렵하게 극단을 오가고 부드러운 노래 뒤에 기괴한 선율이 날카롭게 등장한다. 급격한 변화로 점철된 음악이다. 제목인 ‘수비토’는 ‘갑자기’란 뜻으로 이질적 요소가 짧은 길이의 음악 속에 연이어 교차하는 것을 반영한다. 자주 바뀌는 조성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지속되는 불협화음이 듣는 이를 불쾌하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고약하고 잔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희한한 일은 ‘수비토’의 매력에 빠지면 계속 찾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따지면 발효 음식과 비슷하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수르스트뢰밍이나 푹 삭힌 홍어회를 애호가들은 정말 맛있게 먹는다. 저세상의 루토스와프스키가 뭐라 할지 모르지만 ‘수비토’는 그 강도로 보아 홍어회 중에서도 홍어 코에 가깝지 않나 싶다.

written by Pete Song

(주)피트뮤직 petemusi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