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Introduction

점과 선 시즌 2-2: 사랑의 열정

5막 1장 - 테세우스의 입장 Edwin Austin Abbey, Enter Theseus, ca. 1893
“연인들과 광인들 머릿속엔 엉뚱한 환상이 들끓고 있어” (5막 1장 – 테세우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6번

Ludwig van Beethoven(1770-1827): Violin Sonata No. 6 in A major, Op. 30 No. 1 (22 mins. / 1802 / dedicated to Tsar Alexander I of Russia)

I. Allegro (A major)
II. Adagio molto espressivo (D major)
III. Allegretto con variazioni (A major)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Heiligenstadt Testament

비엔나 시절, 젊은 베토벤은 빼어난 피아노 연주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1800년대 초에 이르러 피아노는 급속도로 보급됐고 가정 음악회를 위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었다. 베토벤이 남긴 열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아홉 곡은 1797년과 1803년 사이 6년 동안 쓰여졌다. 지금은 ‘바이올린 소나타’라 부르는 곡이 애초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베토벤의 작품도 그 흐름에 맞춘 결과물이었다.

교향곡 3번 ‘에로이카’로 예술성과 작곡 기법에 있어 교향곡의 경계를 극적으로 돌파할 즈음에 이 소나타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이 시기는 청각장애의 고통이 시작되고 해를 넘길수록 그 증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로 갈등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1801년에 의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토벤은 절망감을 토로한다.

30대 시절의 베토벤

“지난 3년간 청력이 계속 나빠졌습니다. 나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작곡가인 내가) 귀머거리 임을 알릴 수 없어 지난 2년간 그 어떤 모임도 피했습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베토벤은 조용한 곳을 찾아 그 이듬해 비엔나 교외의 하일리겐슈타트로 이주한다. 여기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로 알려진 글을 쓰는데 먼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적혀 있고 이어서 만들어야겠다고 느낀 작품을 모두 내놓기 전에는 세상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이 쓰여 있다. 고뇌의 심연에서 일어선 작곡가는 우선적으로 작품 번호 30에 묶인 세 개의 소나타를 출판하기에 이른다.

전체로는 여섯 번째, 작품 번호 30의 작품에서 첫 번째인 이 소나타는 이전 세대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궤를 달리 하는, 대단한 개성이 돋보인다. 일군의  요소의 유기적 결합체라 할 수 있는 1악장의 첫 주제를 들으면 베토벤의 개성과 자유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노래의 성격이 강하여 대조를 이룬다. 발전부에서 두 주제는 베토벤의 추진력에 힘입어 고조된 후 마무리된다. 2악장 아다지오의 매력은 긴 호흡의 D장조 주제가 B단조로 바뀌는 마법의 순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변조의 장인이었던 슈베르트에게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마지막 악장은 주제와 여섯 개의 변주로 구성되었다. 변주곡이란 영역에서 베토벤이 이룬 업적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독창성과 악기의 앙상블이란 측면에서 베토벤 중기를 특징 짓는 걸작이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Johannes Brahms(1833-1897): Violin Sonata No. 2 in A major, Op. 100 “Thun”, “Meistersinger” (20 mins. / 1886)

I. Allegro amabile (A major)
II. Andante tranquillo – Vivace – Andante – Vivace di piu – Andante – Vivace (F major)
III.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e) (A major)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 중 가장 짧고 또 서정적이지만 연주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스위스의 튠에서 작곡되어 ‘튠’이란 별명이 있고 1악장의 첫 세 음이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 나오는 발터의 아리아를 연상케 한다 하여 ‘마이스터징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작곡가, 지휘자이자 교육자였던 요제프 요아힘과 브람스는 각별한 관계였다. 낯가림 심한 브람스를 슈만에게 소개한 장본인이 그였다. 중간에 둘 사이가 틀어진 일이 있었다. 요아힘이 아내였던 아말리에 슈네바이스를 간통 혐의로 고소하자 그녀의 결백을 믿었던 브람스가 위로의 편지를 보냈고 이혼 소송에서 이 편지가 피고 측에 유리한 증거로 채택되는 바람에 격노한 요아힘이 브람스와 인연을 끊은 것이다. 거의 6년을 교류 없이 지내던 끝에 브람스는 친구의 마음을 돌리고자 바이올린을 위한 일련의 작품에 착수하게 된다.

브람스는 1886년 여름을 베른 근처의 소도시 튠에서 보내고 있었다.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와 젊은 콘트랄토 가수 헤르미네 슈피스가 그를 찾아 왔다. 그로트와 브람스 모두 그녀를 좋아해 이 3인방은 시골길로 산책을 가거나 배를 빌려 호수를 가로질러 노를 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에 고무된 브람스는 이 지역이 “너무 많은 멜로디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요아힘에게 보낸 짧은 엽서에는 이렇게 썼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흥미 있어 하기를 바라는 예술 작품으로 소식을 전하고 싶다.” 브람스가 이때 기울였던 노력의 결과는 이중 협주곡 Op. 102였다. 이 곡은 결국 요아힘과의 재회에 도움을 줬다. 튠에 머무는 동안 브람스는 첼로 소나타 2번, 피아노 트리오 3번, 여러 개의 가곡을 썼고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스케치를 만들었으며 서정적 분위기의 이 곡,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작곡가의 내성적 성격과 사색적인 면을 부드럽게 드러낸다. 피아노는 부드러운 화음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선율을 노래한다. 주제는 두 악기 사이를 매끄럽게 흐르고 긴장을 자아내는 발전부를 거쳐 도입부의 주제가 다시 등장한다. 두 번째 주제의 동기는 그 해 여름에 썼던 가곡 ‘멜로디가 나를 이끄는 것처럼’에서 따왔다. 가사를 쓴 이는 그로트였고 작곡가가 염두에 뒀던 가수는 다름 아닌 슈피스였다. 2악장에서 브람스는 아다지오와 스케르초의 역할을 모두 보여준다. 평온한 안단테에 이어 민요조의 비바체가 등장하는 것이다. 마지막 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는 폭발하는 격정과 빠르게 변화하는 감정의 순간을 우아한 론도로 펼쳐낸다. 클라라 슈만이 이 악장을 두고 남긴 말이 유명하다. “이 땅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여정에 이 마지막 악장과 함께 간다면 좋겠다.”

생상스(편곡 조르주 비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Camille Saint-Saëns(1835-1921):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in A minor, Op. 28 arr. for Violin and Piano by Georges Bizet (10 mins. / *1863-1870 / dedicated to Pablo de Sarasate)

30대의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원래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강렬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쓰였다. 작곡가가 가장 좋아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인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1867년의 초연 무대를 연주했다. 지휘자는 작곡가 자신이었다. 1869년에 생상스는 조르주 비제에게 오케스트라 악보를 주며 이 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편곡을 의뢰한다.

선율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재능을 가진 그의 뛰어난 음악 장인 정신은 깊이가 요구되지 않는, 동시에 화려한 기교와 음향을 선보이는 무대 작품에 이상적이었다. 느린 서주에서는 열정이 결여된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선율이 우아하게 펼쳐지고 몰아치는 론도 카프리치오소에서는 절정의 기교와 포효하는 노래가 결합된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음악예술이다.

written by Pete Song

(주)피트뮤직 petemusic.org

Program Introduction

점과 선 시즌 2-2: 사랑의 열정

5막 1장 테세우스의 입장 Edwin Austin Abbey, Enter Theseus, ca. 1893
“연인들과 광인들 머릿속엔 엉뚱한 환상이 들끓고 있어” (5막 1장 – 테세우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6번

Ludwig van Beethoven(1770-1827): Violin Sonata No. 6 in A major, Op. 30 No. 1 (22 mins. / 1802 / dedicated to Tsar Alexander I of Russia)

I. Allegro (A major)
II. Adagio molto espressivo (D major)
III. Allegretto con variazioni (A major)

30대 시절의 베토벤

비엔나 시절, 젊은 베토벤은 빼어난 피아노 연주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1800년대 초에 이르러 피아노는 급속도로 보급됐고 가정 음악회를 위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었다. 베토벤이 남긴 열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아홉 곡은 1797년과 1803년 사이 6년 동안 쓰여졌다. 지금은 ‘바이올린 소나타’라 부르는 곡이 애초에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베토벤의 작품도 그 흐름에 맞춘 결과물이었다.

교향곡 3번 ‘에로이카’로 예술성과 작곡 기법에 있어 교향곡의 경계를 극적으로 돌파할 즈음에 이 소나타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이 시기는 청각장애의 고통이 시작되고 해를 넘길수록 그 증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로 갈등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1801년에 의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토벤은 절망감을 토로한다. “지난 3년간 청력이 계속 나빠졌습니다. 나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작곡가인 내가) 귀머거리 임을 알릴 수 없어 지난 2년간 그 어떤 모임도 피했습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베토벤은 조용한 곳을 찾아 그 이듬해 비엔나 교외의 하일리겐슈타트로 이주한다. 여기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로 알려진 글을 쓰는데 먼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적혀 있고 이어서 만들어야겠다고 느낀 작품을 모두 내놓기 전에는 세상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이 쓰여 있다. 고뇌의 심연에서 일어선 작곡가는 우선적으로 작품 번호 30에 묶인 세 개의 소나타를 출판하기에 이른다.

베토벤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Heiligenstadt Testament

전체로는 여섯 번째, 작품 번호 30의 작품에서 첫 번째인 이 소나타는 이전 세대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궤를 달리 하는, 대단한 개성이 돋보인다. 일군의  요소의 유기적 결합체라 할 수 있는 1악장의 첫 주제를 들으면 베토벤의 개성과 자유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노래의 성격이 강하여 대조를 이룬다. 발전부에서 두 주제는 베토벤의 추진력에 힘입어 고조된 후 마무리된다. 2악장 아다지오의 매력은 긴 호흡의 D장조 주제가 B단조로 바뀌는 마법의 순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변조의 장인이었던 슈베르트에게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마지막 악장은 주제와 여섯 개의 변주로 구성되었다. 변주곡이란 영역에서 베토벤이 이룬 업적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독창성과 악기의 앙상블이란 측면에서 베토벤 중기를 특징 짓는 걸작이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Johannes Brahms(1833-1897): Violin Sonata No. 2 in A major, Op. 100 “Thun”, “Meistersinger” (20 mins. / 1886)

I. Allegro amabile (A major)
II. Andante tranquillo – Vivace – Andante – Vivace di piu – Andante – Vivace (F major)
III. Allegretto grazioso (quasi andante) (A major)

브람스가 머물렀던 튠의 별장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 중 가장 짧고 또 서정적이지만 연주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스위스의 튠에서 작곡되어 ‘튠’이란 별명이 있고 1악장의 첫 세 음이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 나오는 발터의 아리아를 연상케 한다 하여 ‘마이스터징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작곡가, 지휘자이자 교육자였던 요제프 요아힘과 브람스는 각별한 관계였다. 낯가림 심한 브람스를 슈만에게 소개한 장본인이 그였다. 중간에 둘 사이가 틀어진 일이 있었다. 요아힘이 아내였던 아말리에 슈네바이스를 간통 혐의로 고소하자 그녀의 결백을 믿었던 브람스가 위로의 편지를 보냈고 이혼 소송에서 이 편지가 피고 측에 유리한 증거로 채택되는 바람에 격노한 요아힘이 브람스와 인연을 끊은 것이다. 거의 6년을 교류 없이 지내던 끝에 브람스는 친구의 마음을 돌리고자 바이올린을 위한 일련의 작품에 착수하게 된다.

브람스가 사랑에 빠졌던 헤르미네 스파이스 Hermine Spies

브람스는 1886년 여름을 베른 근처의 소도시 튠에서 보내고 있었다.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와 젊은 콘트랄토 가수 헤르미네 슈피스가 그를 찾아 왔다. 그로트와 브람스 모두 그녀를 좋아해 이 3인방은 시골길로 산책을 가거나 배를 빌려 호수를 가로질러 노를 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에 고무된 브람스는 이 지역이 “너무 많은 멜로디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요아힘에게 보낸 짧은 엽서에는 이렇게 썼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흥미 있어 하기를 바라는 예술 작품으로 소식을 전하고 싶다.” 브람스가 이때 기울였던 노력의 결과는 이중 협주곡 Op. 102였다. 이 곡은 결국 요아힘과의 재회에 도움을 줬다. 튠에 머무는 동안 브람스는 첼로 소나타 2번, 피아노 트리오 3번, 여러 개의 가곡을 썼고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스케치를 만들었으며 서정적 분위기의 이 곡,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완성했다.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

이 작품은 작곡가의 내성적 성격과 사색적인 면을 부드럽게 드러낸다. 피아노는 부드러운 화음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선율을 노래한다. 주제는 두 악기 사이를 매끄럽게 흐르고 긴장을 자아내는 발전부를 거쳐 도입부의 주제가 다시 등장한다. 두 번째 주제의 동기는 그 해 여름에 썼던 가곡 ‘멜로디가 나를 이끄는 것처럼’에서 따왔다. 가사를 쓴 이는 그로트였고 작곡가가 염두에 뒀던 가수는 다름 아닌 슈피스였다. 2악장에서 브람스는 아다지오와 스케르초의 역할을 모두 보여준다. 평온한 안단테에 이어 민요조의 비바체가 등장하는 것이다. 마지막 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는 폭발하는 격정과 빠르게 변화하는 감정의 순간을 우아한 론도로 펼쳐낸다. 클라라 슈만이 이 악장을 두고 남긴 말이 유명하다. “이 땅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여정에 이 마지막 악장과 함께 간다면 좋겠다.”

생상스(편곡 조르주 비제):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Camille Saint-Saëns(1835-1921):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in A minor, Op. 28 arr. for Violin and Piano by Georges Bizet (10 mins. / *1863-1870 / dedicated to Pablo de Sarasate)

30대의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원래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강렬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쓰였다. 작곡가가 가장 좋아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인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1867년의 초연 무대를 연주했다. 지휘자는 작곡가 자신이었다. 1869년에 생상스는 조르주 비제에게 오케스트라 악보를 주며 이 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편곡을 의뢰한다.

선율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재능을 가진 그의 뛰어난 음악 장인 정신은 깊이가 요구되지 않는, 동시에 화려한 기교와 음향을 선보이는 무대 작품에 이상적이었다. 느린 서주에서는 열정이 결여된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선율이 우아하게 펼쳐지고 몰아치는 론도 카프리치오소에서는 절정의 기교와 포효하는 노래가 결합된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음악예술이다.

written by Pete Song

(주)피트뮤직 petemusi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