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 Introduction

점과 선 시즌 2-1: 여름의 낭만

4막 1장 - 잠이 든 티타니아 Titania Sleeping by Richard Dadd
“난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4막 1장 – 디미트리어스)

모차르트 : 바이올린 소나타 20번 C장조, K. 303 (293c)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Violin Sonata No. 20 in C major, K. 303 (293c) (9 mins. / 1778 dedicated to Maria Elisabeth, Electress of the Palatinate)

I. Adagio – Allegro molto – Adagio
II. Tempo di menuetto

22~26세 시절의 모차르트 by Barbara Krafft 1819

1778년 만하임에서 작곡됐고 같은 해에 작품 번호 1번에 묶여 출판됐다. 신성로마제국의 팔라틴 선제후 부인인 마리아 엘리자베스에게 헌정되었다.

역사가에 따라 조금씩 의견이 다르지만 신성 로마 제국 Sacrum Imperium Romanum은 962년부터 1806년까지 존재했던 제국이다. 가장 넓었을 때는 좌우로 현재의 프랑스 동부에서 폴란드 서부까지, 남북으로는 현재의 덴마크 바로 밑에서 중부 이탈리아와 코르시카, 사르데냐까지의 넓은 지역을 영토로 삼았다가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을 즈음에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정도로 영역이 줄었다. 명목상이긴 하나 로마 제정 시대의 원로원 체제를 모범으로 삼아 선거인단이 황제를 선출하는 제도를 가졌다. 투표권을 가진 귀족을 가리켜 선제후 選帝侯 Princeps Elector라고 했는데 위계상 제국의 봉건 제후들 가운데 왕 또는 황제 다음으로 높았다. 팔라틴 선제후의 팔라틴은 봉건 작위를 일컫는 말이다. 백작 작위를 갖고 지방으로 내려가 사법관 겸 행정관으로 일한 이들을 가리킨다. 국왕 또는 황제의 대리자로서 일반 백작보다 더 큰 권력을 가졌다. 오늘로 치자면 팔라틴 선제후는 도지사 겸 대법관 겸 국회상임위원장 쯤 될 것이다. 모차르트의 곡을 헌정받은 마리아 엘리자베스의 남편의 이름은 카를 4세 테오도르이다. 바바리아 선제후였던 그를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정치보다 철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으며 즉흥적인 딜레탕트였다고 묘사한다. 부인의 영향을 받아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오늘까지 이어져 사랑받는 명작에는 이처럼 우연적이면서 다양한 영양분이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Marie Elizabeth of Austria

1악장 아다지오의 시작 부분은 사뭇 몽환적이다. 느리고 여린 음이 이어지다가 알레그로로 빨라지는데 이런 전개는 한 번 더 반복된다. 오늘의 관점에서 봐도 매우 독창적인 짜임새다. ‘미뉴에트의 빠르기’로 지정된 2악장은 미뉴에트의 춤곡 요소가 혼합된 소나타 양식이다. 두 개의 주제가 재현부에서는 반대의 순서로 나타난다. 느렸다 빨라졌다 하는 템포의 변화가 사뭇 매력적이다.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 Op. 45

Edvard Grieg(1843-1907): Violin Sonata No. 3 in C minor, Op. 45 (25 mins. / 1887 / dedicated to Franz von Lenbach)

I. Allegro molto ed appasionato (C minor)
II. Allegretto espressivo alla Romanza – Allegro molto – Tempo I (E major)
III. Allegro animato – Con fuoco – Cantabile – Tempo I – Con fuoco – Prestissimo (Doppio movimento) (C minor – C major)

1888년의 그리그 Edvard Grieg (1888) by Elliot and Fry

그리그를 가리켜 북유럽의 쇼팽이라고 한다. 독일 낭만파 음악의 기초 위에 노르웨이 민족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도입함으로써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작곡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후에 발표한 작품이다. 첫 두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2년 사이에 만들어졌는데 이 3번은 거의 20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나왔다.

그리그 소나타 3번을 헌정받은 화가 프란츠 폰 렌바흐의 자화상 Franz von Lenbach - Selbstporträt (1903)

어두운 색조의 3번 소나타는 서정미 넘치는 이전 두 개의 소나타와 궤를 달리 한다. 1악장에서 간헐적으로, 2악장에서는 철저하고도 명시적으로 나타나는 민족주의는 작곡가가 비요른손에게 쓴 편지의 표현처럼 (북구의) ‘넓은 지평선’을 펼쳐 보인다.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1악장의 첫 두 주제는 소위 ‘그리그 동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첫 주제의 첫 동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발전부를 구성한다. 태풍의 눈처럼 음악이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다른 화성을 사용해 그리그 동기를 확장시킨다. 코다는 발전부 초입에 쓰였던 분산화음을 등장시켜 서정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하지만 곧 분위기는 어두워져 깊은 암흑 속에서 끝난다. 1악장 말미의 음울한 불협화음은 E 장조의 느린 2악장 도입부의 빛나는 선율과 효과적으로 대비된다. 이 선율은 그리그가 그려낸 가장 행복한 영감의 소산이 아닐까 한다. 단조로 쓰인 중간부는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다시금 도입부의 선율로 돌아가면서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주제는 공고하게 이어진다. 마지막 악장은 1악장과 같은 방식, 즉 대조되는 두 부분을 제시하고 반복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두 악기는 격렬하게 서로의 주장을 펼친다. 피아노의 분산화음 위로 바이올린이 행진한다. 두 번째 주제에 자리를 내주도록 속도가 느려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갈망의 몸짓처럼 바이올린은 낮은 음에서 시작해 점차 상승하다가는 다시 뒤로 물러선다. 프레스티시모의 종지부는 단조로 제시됐던 첫 주제를 긍정의 C장조로 바꿔 연주하며 숨막힐 듯한 소용돌이로 휘몰아친다.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초연한 아돌프 브로드스키 Adolph Brodsky

1887년 12월 10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초연에서 그리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바이올린은 맡았던 이는 러시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수였던 아돌프 브로드스키였다. 그는 연주 불가 판정을 받아 3년 넘게 초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초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3번 소나타의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바이올린 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수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Josef Suk(1874-1935):  4 Pieces for Violin and Piano, Op. 17 (18 mins. / 1900 / dedicated to Karel Hoffmann)

I. Quasi ballata. Andante sostenuto
II. Appassionato. Vivace
III. Un poco triste. Andante espressivo
IV. Burleska. Allegro vivace

젊은 시절의 요제프 수크

수크는 이 곡을 1900년 봄에 작곡해 동료 바이올리니스트인 카렐 호프만에게 헌정했다. 연주 시간 18분 정도의 작은 모음곡이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수크의 역량과 기량이 얼마나 폭넓고 고도로 발전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이올린으로 들려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과 고난도 기교가 들어있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꼭 한 번 등정해야 할 산과 같은 곡이다.

1곡 – 발라드 풍으로

첫 소품의 도입부가 그려내는 구절 속의 여러 질감과 음색은 다양한 색채와 점묘법이 구사된 인상주의 그림의 느낌이다. 중간부는 느닷없을 정도로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얼마나 밀접한가 시험하게 한다. 클라이맥스로 다가가며 두 악기의 선율은 날카롭게 교차한다. 수크는 여기서 바이올린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음역을 연주하도록 한다. 듣는 이에겐 흥미진진한 일이나 연주 당사자에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2곡 – 열정적으로

활기찬 두 번째 소품은 수크에게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증명한다. 화려한 리듬, 인상적인 선율로 시작한 악장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대목으로 표정을 바꾼다. 바이올린의 풍성한 음색과 힘 있게 또 가볍게 긋는 보잉의 활용이 이 대목에 등장한다. 도입부가 재현되면서 끝난다.

수크의 소품을 헌정받은 카렐 호프만의 캐리커처

3곡 – 약간 슬프게

바이올린의 중역대를 사용해 도입부의 느낌은 자못 진중하다. 두 악기의 긴밀한 호흡이 이 악장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지점이다. 수크의 서정성은 이 악장에서 두드러지며 스승인 드보르작의 영향도 드러난다. 이어서 음악은 가벼운 폴카로 넘어가는데 진지했던 도입부의 음향과 폴카의 빠른 리듬이 절묘하게 융합된다.

4곡 – 부를레스카

무궁동의 얼개로 펼쳐지는 마지막 악장은 악마적인 빠르기와 고난도 기교로 점철된다. 연주자에게 엄청난 기량을 요구하는 것이 명백한 도입부에 이어 강속구 투수가 예상을 깨고 갑자기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것처럼 고전적 양식의 음악이 나타난다. 행진곡 풍인 이 대목에 바이올린 피치카토와 트레몰란디가 맛을 더한다. 폭발적인 도입부가 재현되면서 곡은 짜릿하게 마무리된다.

written by Pete Song

(주)피트뮤직 petemusic.org

Copyright (C) Pete’s Music | All right reserved 2023